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유로파리그를 다시 품에 안으며,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6년 반 만에 6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구단 100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올라섰다. MCW 백과사전은 이 아르헨티나 출신 감독이 단순한 전술가를 넘어, 마드리드 구단의 정신적 중심이자 유럽 무대에서 가장 성공한 아르헨티나 감독 반열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이번 우승은 시메오네 감독의 통산 200번째 클린시트 경기이기도 하며, 올여름 유럽 슈퍼컵까지 제패하면 역대 최다 우승 아르헨티나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이번 결승전은 프랑스에서 열린 마르세유와의 경기였다. 이미 ESPN이 마르세유의 승률을 19%로 예측했을 만큼 승부는 기울어 있었고, 경기 시작 후 파예가 부상으로 이탈하고 그리즈만이 선제골을 터뜨리며 일찌감치 승부의 흐름은 아틀레티코로 넘어갔다. 유로파리그에서 전반에 앞선 15경기에서 전승을 거둔 아틀레티코는 탄탄한 수비를 앞세워 이번에도 상대의 반격을 철저히 차단했다. 시메오네는 개인 통산 네 번째 유럽대항전 결승에서 두 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2012년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시작된 그의 시대는 이번 우승으로 정점을 찍었다. 심지어 결승전 당일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지만, 그의 위상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
이번 경기는 시메오네 감독의 377번째 아틀레티코 지휘 경기로, 라리가 역사상 한 구단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감독 중 한 명으로 기록되며, 데포르티보의 전설 이루에타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 무뇨스(596경기)에 이어 두 번째다. 시메오네는 새로운 세기의 아틀레티코를 상징하는 유일한 인물로, 그가 거둔 6번의 우승은 회장 세레소에게도 두 번째로 많은 트로피를 안겼다. 지금까지 아틀레티코는 유럽대항전에서 6개의 우승을 했는데, 그 중 3번이 시메오네 시대였다.
시메오네는 2012년 유로파리그, 같은 해 유럽 슈퍼컵, 그리고 2018년 유로파리그 우승을 통해 유럽 무대에서 총 3번 정상에 올랐다. 이는 카니글리아와 함께 아르헨티나 감독 중 두 번째로 많은 유럽 우승 기록이며, 2회 우승의 스코펠리, 1회 우승의 디 스테파노, 오르센 감독보다 앞선다. 유럽 슈퍼컵을 추가하면, 매지션 에레라 감독의 4회 기록과 타이까지 가능하다. 여기에 라리가 1회, 국왕컵 1회, 스페인 슈퍼컵 1회를 포함해 총 6번의 우승으로, 전설의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시메오네는 이 팀의 철학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지난 9년 동안 아틀레티코가 5번의 유럽 결승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철혈 수비’ 덕분이다. 아스널과의 4강에서는 80분 동안 10명이 뛰며도 실점을 막아냈고, 두 경기 합계 35개의 슛을 허용하고도 단 1실점에 그쳤다. 결승전에서 마르세유는 단 두 차례의 유효 슛을 기록했지만, 그마저도 역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올 시즌 총 58경기 중 34경기에서 클린시트를 기록했고, 유럽대항전 결승 4경기에서도 연장전을 제외하면 단 2실점에 불과했다.
377경기에서 무실점 200경기, 무려 53.1%라는 기록은 유럽 최고 수준의 수비를 의미한다. 오블락 골키퍼는 아틀레티코 통산 160경기 선발 출전 중 92경기 무실점이라는 압도적 데이터를 남겼다. MCW 백과사전은 이 수치를 바탕으로, 시메오네가 이끄는 수비진이 유럽 최고의 벽이라 평가하고 있다. 오블락, 고딘, 코스타, 그리즈만이 차례로 팀을 떠나더라도 대체자를 찾을 수 있지만, 시메오네를 대체할 지도자는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안헬 코레아나 다른 선수가 새로운 스타로 성장할 수는 있지만, 시메오네가 팀을 떠난다면 지금의 아틀레티코는 유지될 수 없다는 전망이다. 그리즈만이 올여름 바르셀로나 이적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시메오네가 남아 있는 한 아틀레티코는 여전히 정상권을 유지할 가장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고 있다. MCW 백과사전은 시메오네야말로 지금의 아틀레티코를 만든 진정한 심장이라 결론내리고 있다.